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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인격의 철학, 철학의 인격

서론

by 지렛대 2023.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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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인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는 곧 우회로의 역사이다.

- Robert Spaemann

 

 

문득 아이가 읽는 책을 통해 시튼(Ernest Thompson Seton, 18601946)이라는 박물학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감성을 지닌 동물학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책속에 등장하는 동물 이야기는 동물의 삶을 둘러싼 과학적 기록이 아닙니다. 생태계에서 포악한 군주로 군림하는 인간의 눈에 비친 단순한 생태기록도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동물의 진정한 삶의 이야기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자신만의 삶의 자리를 되돌려줌으로써, 하나의 완벽한 동물 이야기를 완성해 낸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그의 글이 아이들의 심금에 깊은 메아리를 남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동물의 습성과 관습을 단순히 몇 페이지로 요약하는 죽은 기록에 만족하였다면, 그는 아마도 그저 그런 동물연구가로 남았을 것입니다.

이 저서를 쓰기 직전에 시튼을 알게 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이 저서는 인격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된 것입니다. 많은 철학자의 눈에 비친 인격에 대한 기록도 담고 있습니다. 하찮은 상품으로 전락할 수 없으며, 또한 그래서도 안 되는 인격의 이야기를 비판과 한계 지우기를 통해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철학자들의 사유여정을 단순히 쫒아가고 요약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주제는 화석화되고 이론화된 일반적인 철학사를 다시 정리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저서는 정신적 왕자들의 사유에 내재된 진정한 개성과 삶의 관점을 드러내고, 그들에게 감성과 살 그리고 피를 부여함으로써, 인격적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밝혀보고자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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